정신질환의 역사에서 치료제의 개발은, 항생제 등 다른 치료제 개발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발견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1950년대에 원래는 마취제로 개발된 Chlorpromazine이 조현병 환자의 호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고 이러한 임상적 관찰을 통해 Chlorpromazine이 최초의 항정신병약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러한 항정신병약물의 개발은 우연에 의한 발견이었습니다. Chlorpromazine이 조현병의 치료에 이용되고 이후에 Chlorpromazine과 비슷한 분자 구조를 가진 다른 항정신병약물이 계속 개발되었지만 항정신병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조현병 증상을 호전시키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항정신병약물이 공통적으로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그림 1).

그림 1.< 항정신병약물과 도파민 수용체 친화도 상관관계 (Seeman et al. Science 1975)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정신병약물의 작용 기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항정신병약물에 의해 치료되는조현병의 병태생리를 짐작케하는 결과였습니다. 즉, 항정신병약물이 공통적으로 도파민 수용체에 길항작용하는 약물이라면 이에 의해 치료되는 조현병은 도파민 시스템의 과활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조현병에서의 도파민 가설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렇듯 정신질환에 있어 약물은 치료제인 동시에 질환의 병태생리를 엿보게 하는 창이 되어 왔습니다. Clomipramine의 작용 기전 연구에서 출발한 강박증에서의 세로토닌 가설, Valproic acid로 치료하는 기분 장애에서의 GABA 가설 등도 그러한 예가 되겠습니다.

NPIC에서는 약물 영상학을 응용하여 정신질환 치료제의 뇌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증상으로는 구분할 수 없지만 항정신병약물에 대한 치료 반응이 다른 치료반응성 조현병과 치료저항성 조현병이 병태생리 측면에서 서로 구분되는 질환이라고 보고한 것이 한 예가 되겠습니다 (그림 2). 이를 통해 조현병 치료제의 개발과 선택에서 서로 다른 병태생리를 고려해야함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림 2. 항정신병약물 치료반응성에 따른 전두엽-선조체 연결성과 도파민 합성능 상관관계 (Kim et al. Psychol Med 2019)

NPIC은 약물 영상학을 이용한 정신질환의 병태생리 연구를 위해 영국의 King’s College London, Imperial College London, 일본의 Tokyo University, Keio University 등과 활발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